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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리뷰: “지옥을 건너는 자들”

by snowseol 2025. 4. 29.

 

Ⅰ. 서론: 선도 악도 사라진 땅, 오직 생존만이 남았다

 


『아수라』는 인간성의 끝을 밀어붙이는 거칠고 냉혹한 범죄 드라마입니다. 김성수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조차 의미를 잃어버린 세계를 냉정하게 그려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고, 배신하며, 때로는 스스로 파멸을 자초합니다. 『아수라』는 범죄 액션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본질은 무너진 윤리, 타락한 정의, 부패한 인간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입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강요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추악한 민낯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아수라』는 어쩌면 '지옥'이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이 세계임을 잔혹하게 고백하는 작품입니다.

 


Ⅱ. 인물 소개: 끝없는 타락 속을 헤매는 이들

 


한도경(정우성 분)은 안남시 강력반 형사로, 표면적으로는 법을 수호하는 자이지만 실상은 시장 박성배의 비리를 은폐하고 해결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죽어가는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박성배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선택이 가져오는 죄책감과 파멸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한도경은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지만, 결국 어느 쪽도 온전히 붙잡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그의 존재는 타협 끝에 무엇도 지킬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을 상징합니다.
박성배(황정민 분)는 안남시의 시장이자, 영화의 절대적 악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대놓고 살인을 저지르고, 공권력을 사유화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용합니다. 박성배는 교묘한 말솜씨와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조종하지만, 필요할 때는 가차 없이 버립니다. 그는 악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악을 성공의 도구로 삼는 인물로, 『아수라』가 그려내는 지옥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김차인(곽도원 분)은 중앙지검 특수수사부 검사로,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기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한도경을 협박해 박성배를 잡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공정함이나 윤리를 따르지 않습니다. 김차인은 법을 무기로 삼아 또 다른 부패를 저지르는 인물로, 박성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또 다른 권력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문선모(주지훈 분)는 한도경의 후배 형사로,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젊은 세대의 상징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형을 따르는 척하지만, 결국 박성배의 편으로 돌아서며 한도경을 배신합니다. 문선모는 아수라의 세계가 어떻게 새로운 괴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그는 부패한 세계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며, 젊고 잔혹한 야수로 성장합니다.
곽형사(정만식 분)는 한도경의 동료 형사로, 비리와 타협에 익숙해진 인물입니다. 그는 도경과 함께 박성배의 사적인 명령을 수행하지만, 결국엔 생존 본능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다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Ⅲ. 줄거리: 구원이 없는 지옥, 끝없는 추락

 


영화는 안남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한도경은 시장 박성배의 지시를 받아 사건을 조작하고, 불편한 진실을 덮으며 살아갑니다. 그의 아내는 병상에 누워 있으며, 도경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더 깊숙이 부패의 세계에 몸을 담습니다.
그러던 중, 중앙지검 특수수사부의 김차인이 안남시의 부패를 겨냥하고 수사에 착수합니다. 김차인은 도경의 비리를 쥐고 협박하며, 박성배를 잡기 위한 정보원을 요구합니다. 도경은 박성배와 김차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두 세력 모두를 속이려 하지만, 점점 숨통이 조여 옵니다.
한편, 박성배는 도경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점점 더 잔혹한 명령을 내립니다. 도경은 갈수록 극한 상황에 몰리고, 설상가상으로 후배 문선모까지 자신을 배신합니다.
결국 도경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박성배를 몰락시키기 위해 치밀한 반격을 준비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곽형사는 살해당하고, 도경은 경찰 내부에서도 완전히 고립됩니다.
최후의 순간, 도경은 박성배를 죽이려 하나, 오히려 자신이 철저히 짓밟힙니다. 영화는 끝내 도경이 구원받지 못한 채, 피범벅이 된 얼굴로 처절하게 웃는 모습으로 끝나며, 아수라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잔혹한 진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Ⅳ. 주제 분석: 타락이 일상이 된 세계

 


『아수라』는 개인의 부패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부패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세계에서는 '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조롱거리일 뿐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를 짓밟아야 합니다. 영화는 이 비극적 구조를 냉혹하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결국 모든 인간성을 잃게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아수라』는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기도 합니다. 박성배나 김차인 모두 권력을 위해 움직이며, 그 과정에서 윤리나 인간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는 정의도, 구원도 없으며, 오직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로 남습니다.

 


Ⅴ. 연출 및 미장센: 폭력의 리듬을 세공하다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에서 폭력을 그저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그것이 인간성 붕괴의 필연적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무자비한 액션과 거친 대사는 이 세계의 규칙이 '힘'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영화의 색조는 전체적으로 탁하고 어두우며, 도시 풍경은 삭막하고 생기 없습니다. 이 미장센은 아수라의 세계가 어떤 희망도 품고 있지 않음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액션 연출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하여 과장 없이 거칠고 날것 그대로 표현되며, 특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혈투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과 숨막힘을 직설적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Ⅵ. 배우들의 열연: 타락한 인간을 생생히 구현하다

 


정우성은 기존의 선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한도경이라는 비참한 인물을 처절하게 연기해냅니다. 그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무너져가는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연기는 영화를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황정민은 박성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가장 비열하고 치명적으로 구현하며, 곽도원은 탐욕적 검사 김차인을 날카롭게 묘사합니다. 주지훈은 문선모 역을 통해 젊고 잔혹한 세대의 등장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Ⅶ. 결론: 모두가 지옥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아수라』는 무거운 주제와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이 의미를 잃은 세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하는지, 그리고 타락한 끝에는 오직 파멸만이 남는다는 냉혹한 진실을 고발합니다.
『아수라』는 관객에게 불편함과 충격을 주지만, 동시에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이 지옥에서 어떤 선택을 했겠냐고.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긴 시간 동안 마음을 짓누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