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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득이』 리뷰: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성장기

by snowseol 2025. 4. 30.

 

I. 서론: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따뜻한 격려

 


『완득이』는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이한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격렬한 드라마도, 자극적인 사건도 없이,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하고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사회의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이 중심에 서고, 결핍과 불완전함을 통해 인간다운 성장과 화해를 그려낸 『완득이』는 소리치지 않아도 충분히 진한 울림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오해, 편견, 그리고 결국 이해와 연대에 이르는 과정을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안깁니다.

 


Ⅱ. 인물 소개: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이들의 초상

 


김완득(유아인 분)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소년으로, 거칠고 투박하지만 속은 따뜻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는 작은 키, 가난한 집안 사정, 장애가 있는 아버지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그 불만을 폭력적 행동이나 무심함으로 표현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완득은 학교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세상에 대한 반항심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 내면에는 따뜻한 사랑과 관심에 대한 갈망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완득이의 서툰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동주(김윤석 분)는 완득이의 담임 교사로, 사회운동 경력을 지닌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는 교사로서의 권위적 이미지를 거부하고, 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려 하지만, 그 방식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거칠어 종종 갈등을 유발합니다. 동주는 완득이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이지만, 그 관심은 때로 완득이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는 완득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끌어주는 멘토 같은 존재가 됩니다.
김진태(김상호 분)는 완득이의 아버지로, 지체 장애를 지니고 있으며 소극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고철을 수집하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아들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진태는 조용한 헌신과 무언의 사랑으로 완득이를 키워낸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의 부족함과 함께 진심을 놓치지 않고 그려냅니다.
완득이의 어머니(이채영 분)는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으로, 오랜 세월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 완득이 앞에 다시 등장합니다. 그녀는 낯선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가족과의 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입니다. 완득이와의 재회 과정은 이주민 문제, 가족 해체 등 한국 사회의 여러 층위 문제를 섬세하게 건드리면서, 인간적 화해의 가능성 또한 보여줍니다.
장미(박효주 분)는 완득이의 이웃 누나로, 겉으로는 강하고 쿨한 성격이지만, 속에는 깊은 외로움과 생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장미는 완득이에게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조용한 버팀목입니다.

 


Ⅲ. 줄거리: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서툰 성장기

 


완득이는 좁은 고시원 같은 집에서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일상은 학교, 아르바이트, 가끔 싸움, 그리고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일상을 뒤흔드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담임교사 동주가 집요하게 완득이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주는 완득이의 가족사를 파헤치고, 그의 억눌린 감정을 들춰내며, 어설프게나마 그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합니다. 완득이는 처음에는 동주를 거칠게 밀어내지만, 차츰 자신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완득이는 존재조차 몰랐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머니는 필리핀 출신 이주 노동자로, 완득이와의 재회를 시도하지만, 그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완득이는 배신감과 혼란을 느끼며 어머니를 밀어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한편, 완득이는 좋아하는 반 친구 은하(강별 분)에게 서툴게 다가가고, 학교 생활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그는 싸우는 대신 이야기하려 하고, 외면하던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려 노력합니다.
완득이의 성장 과정은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오해를 풀고, 어설픈 사과를 건네고, 어른들에게 처음으로 기대어 보는 조심스러운 순간들이 쌓여갑니다.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포착하며, 완득이가 결국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조용히 응원합니다.
결국, 완득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발을 디딥니다. 그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고, 상처받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완득이의 작은 성장과 함께, 불완전한 인간들의 삶이 품고 있는 따뜻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Ⅳ. 주제 분석: 불완전함을 껴안는 성장

 


『완득이』는 완벽한 성장 서사를 거부합니다. 이 영화에서 성장이란 대단한 성공이나 눈부신 변화가 아니라,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과의 거리를 조금 좁히는 것입니다. 완득이는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거나 지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끌어안고, 상처를 가진 채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또한 가족, 특히 '결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고정된 편견을 깨뜨립니다. 완득이의 가족은 전통적 의미에서 완전하지 않지만, 서로를 필요로 하고 보듬으며 살아갑니다. 동주와 같은 어른들도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의 불완전한 관심이 완득이에게는 커다란 힘이 됩니다. 이 영화는 결국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완성되어 간다'는 조심스럽고도 다정한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Ⅴ. 연출 및 미장센: 현실을 닮은 따뜻한 톤

 


이한 감독은 『완득이』를 통해 일상적이고 친숙한 풍경을 정성스럽게 담아냅니다. 낡은 동네 골목, 빛바랜 학교 교실, 허름한 고시원 등은 완득이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세계의 상징이 됩니다.
조명과 색감은 과장되지 않고, 자연광에 가까운 톤을 유지하여 이야기의 진정성을 높입니다. 음악 역시 감정을 지나치게 조작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조용히 스며들어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Ⅵ. 배우들의 열연: 인물에 숨을 불어넣다

 


유아인은 완득이라는 복잡하고 서툰 소년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거칠고 무심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따뜻함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관객을 완득이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김윤석은 자유분방하지만 따뜻한 담임 동주를 능청스럽게 소화하여, 영화에 리듬과 유머를 더합니다. 김상호, 이채영, 박효주 등 조연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Ⅶ. 결론: 작은 성장, 그리고 따뜻한 세계로

 


『완득이』는 화려한 영웅담이나 극적 반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말합니다. 누구나 불완전하고, 누구나 서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며, 서로를 통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고.
『완득이』는 그 소박한 진실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뭉클한 눈물로 전하며, 관객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